행위 면에서는 똑같은 성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그 처벌의 정도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가령 강간의 경우, ‘폭력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간음한다’는 행위는 똑같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19세 이상인 경우는 일반 형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반면,
피해자가 13세 이상 19세 미만인 경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또 13세 미만일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됩니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될 경우, 법원의 재량에 따라 1회의 작량감경을 받아 1/2 감경을 받더라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될 수 없어 결국 최소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어느 법에 의하여 처벌받는지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최근 제가 맡아 진행한 사건은, 피고인이 만 12세인 여성을 뒤따라가다가 갑자기 뒤에서 양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한 사안이었는데, 당시는 야간이었던 점, 피해자의 키와 몸무게가 성인에 준할 정도인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초면이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점 등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나이를 인식할 수는 없었다고 치열하게 주장하였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결국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공소사실 부분은 무죄로 판결되었고 그보다 가벼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되었습니다.
물론 누구든지 잘못을 저지르면 이를 시인하고 반성한 뒤 처벌을 달게 받아야 하겠지만, 그 처벌은 자신이 인식한 행위 이상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위 사건과 유사한 경우의 피고인이 될 처지에 놓였다면 과연 나에게 적용될 법률이 어떤 것인지 법률전문가와 면밀한 상담을 거친 후 수사기관 및 법원에 대하여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