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은, 법원이 건축, 의료, 지적재산권, 과학기술, 환경 등 전문적인 분야의 사건을 심리할 때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에 의하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여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 즉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특수한 분야, 가령 건축, 의료, 교통사고 등에 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감정 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감정절차는 비용이 과다하게 나와 감정신청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부동산 시가감정, 필적감정과 같은 일부 저렴한 감정을 제외하고는 감정료가 1,000만 원을 내외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복잡하고 당사자가 많은 사건의 경우에는 감정료만 수 천만 원이 들기도 합니다.
전문심리위원 제도는, 그 비용을 전부 국고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전문심리위원 참여결정 신청인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필요가 없어 매우 유용함에도 아직 그 제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활용도는 극히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물론 법원은 예산상의 이유 및 실질적으로 상임 전문심리위원이 각급 법원에 많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 가급적 감정신청을 하도록 유도하는 편이고 그 활용에 소극적인 면이 있습니다만, 부득이한 사정을 충분히 소명하면 재판부도 그 신청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최근 제가 진행 중인 사건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상가의 임차인(원고)이 1층 임차인(피고)을 상대로 그 전용 관리부분 하자에 기인한 침수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사건인데,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부인하고 있어서 부득이 임차인이 침수 원인과 손해액을 명백히 밝혀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의뢰인인 원고는 손해액을 가리는 감정과 하자 유무를 가리는 감정 두 절차에 대한 이중의 감정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꼈고,
이에 저는 원고가 이 사건으로 인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은 점, 그 외 침수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아니할 것으로 사료되는 점 등을 충분히 어필하여
결국 전문심리위원 참여결정을 받게 되었고 그 전문심리위원과 함께 현장검증을 하여 감정에 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비교적 간단한 사안에 단기간 검토를 통하여 결론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의 경우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셔서 비용부담 없이 좋은 결과를 얻으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